독일 교환학생 일기장

여행 후 다시 올덴부르크 기숙사 입성!

Yoon썽 2019. 2. 12. 17:34

2017년 9월 28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7시10분 비행기를 타야해서 새벽 4시에 나왔다.

마드리드 첫 날부터 소매치기를 당할 뻔 했던터라 너무 무서웠다.

근데 그 시간에도 사람이 무척 많았다. 

(모두들 술을 많이 마신듯 보였다.)

21일에 여행 출발할 때도 그렇고 새벽에 홀로 나오는게 아직은 두렵다ㅠㅠ

그래서 누구보다도 빠르게 솔광장으로 갔다.

거기서 같이 교환온 언니, 오빠랑 렌페를 타려고했는데 지하도로 가는 문이 닫혀있었다....오마갓....

그때 어떤 외국인분이 엄청 유창하게 '안녕하세요 한국분이세요? 제가 한국에서 4년동안 살았어요. 지금 지하철,렌페는 못타고 버스나 택시를 타야할 거에요'라며 언니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이상한 사람인 줄 알고ㅋㅋㅋㅋㅋㅋ엄청 경계했다.

알고보니 우리를 도와주려고 했던 것이었다...죄송했다...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어찌어찌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무사히 비행기를 탑승했다.

생각보다 체크인하고 수화물 부치는게 일찍 끝나서 우린 잠깐 앉아 수다를 떨었다.

근데 대화 내용이 다 한국음식...잡채..추석음식...볶음밥..먹고싶어ㅠㅠ 식전빵은 보기도싫어... 였다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구글맵으로 우리 동네 아시안마트를 찾아보다가 2개를 발견했고 오늘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함부르크 공항에 내려서는 기차로 올덴부르크까지 가려고 했다.

위 사진은 우리가 산 티켓이다.

Hamburg hbf 안에 있는 티켓 발권기에서 샀는데 알고보니 DB어플 시간표에 안나와있는 시간대의 기차였다.

처음엔 '뭐 그런갑다~~' 하고 별 생각없이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플랫폼에서도 A,B구간에만 서는 기차라 우리는 그걸 놓치고말았다..

다행이 우리가 산 표가 flexible 티켓이라 다음 기차를 타고 올덴부르크에 도착했다!

(근데 더 싼 기차를 탄건지 생각보다 늦게 도착했다. 

그리고 티켓 검사하는 아저씨가 우리에게 이거 티켓 너무 비싸게 샀다고 하셨다.. 기차 놓쳐서 그래요 아저씨....)


그리고 아시안마트에서 라면을 샀다.

감격ㅜㅠㅠㅠㅠ

한국에서 라면 잘 안먹었는데 여기 오니 너무 맛있었다...

(세개 끓였는데 오빠랑 둘이서 다 먹었다ㅋㅋㅋㅋ 나보고 보기보다 굉장히 잘 먹는다고 했다...)


그리고 'Gelateria Centrale San Marco'에서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근데 이 가게에서 종업원이 우리를 보자마자 '니하오'라고 인사하며 키득댔다.

우리는 표정이 굳어졌다.

아시아에 중국인 비율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아시안이 중국인인 것은 아니다.

마치 독일인에게 프랑스어로 인사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

우리는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중국인이 아니라고 했다.

그랬더니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다.

그 사람은 이 상황으로 우리가 기분 나쁠 수 있을 것이라고 아예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았다.

아시아인들이 올덴부르크에 별로 없어서 신기할지라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바로 '이 사람은 중국인같이 생겼으니까 중국어로 인사해야지.'라고 바로 판단하여 중국어로 인사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분이 좀 안좋아졌었지만 그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국에서 왔다고 똑바로 말해서 후련했다.

후에 독일에서 이런 일이 굉장히 많이 일어났는데 이것 때문에 점점 지쳐져 갔었다.

좀 다른 경우이지만 어느날 친구의 파티에 초대 받아서 버스를 타고 가고있는데 잠깐 버스가 신호에 걸려서 정차해있었다.

나는 창 밖을 보고 있었는데 건너편 길거리에 어떤 남자 아이 세명이 (중 고등학생 같아 보였다.) 나를 보면서 웃고 자기들 손으로 눈을 찢는 행위를 했다.

나는 그 순간 너무 멍해졌다.

내가 이렇게 대놓고 인종차별을 당할 순간이 올 줄 몰랐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때 손가락으로 욕이라도 하고싶었는데 차마 할 수 없었다.

저들이 생각하기엔 이 곳에서 나는 이방인일 뿐이고 내 편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물론 이 마을에 내 외국인 친구들과 한국 친구들이 있지만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었기 때문에 진정으로 의지할 곳이 없다고 생각했었나보다.

그래서 좀 외로워졌었다.

흠... 인종차별은 정말 없어져야한다.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나 속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나 모두 다.


언니는 이 날 올덴부르크에 처음 온 것이라 버디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언니가 돌아오고 저녁에 셋이 모여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처음 이 곳에 온 느낌과 버디들.. 등등

모두 새로운 환경, 사람들에 대해 설레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이런 새로움이 떨리면서 기대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도 버디들이 정말 친절하게 도와줬고 그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굉장히 안정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Netto에서 아주 간단하게 장을 봤다.

저렇게 샀는데 5800원 정도가 나왔다.

이제 요리를 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독일 마트에서 가장 좋은 점은 모든 과일을 정해진 무게만큼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렇게 한 개만 사도 된다!

혼자 사는 1인 가구에게 너무나 좋은 환경이다.

(저렴한 마트의 경우에는 채소나 과일을 봉투에 담아 정해진 무게만큼 팔기도 한다.)

또 한국에서는 계산 전에 미리 저울에 달아 가격표를 붙여야하는데 독일에서는 계산대에서 무게를 측정해 가격을 매긴다.

처음에 저 사과 무게 재려고 저울을 열심히 찾고 있었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ㅋㅋㅋ